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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을 선택한 이유

Wonny (워니)
Wonny (워니)·2023년 07월 04일 02:30

본격적으로 창업을 시작한 지 딱 4주가 지났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창업을 선택한 이유를 정리해 두고자 한다. 이 글은 언젠가 방향을 잃고 힘들어하며 창업이라는 결정을 후회할 것 같은 시기가 찾아왔을 때, 소기의 목적을 이뤄나가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줄거라 생각한다.

주변에 난다긴다하는 창업가들 모두가 흔들리는 시기를 겪는데 나만 이러한 시기가 오지 않을 리 없다. 내 결정에 계산기를 자주 두드리는 나에게는 더 자주 이런 시기가 올 것이고, 이 글은 내가 흔들릴 때마다 나를 단단히 서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창업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창업이 나에 대한 이해도를 빠르게 높일 방법이기 때문이다.

창업가는 투자자, 동료, 고객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변을 내야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가령 '회사를 얼마나 빠르게, 어떤 속도로, 어떻게 키우고 싶은가?' 같은 질문들이 끊임없이 주어진다. 이러한 질문은 내 욕망을 잘 이해해야지만 올바르게 답할 수 있다. 그렇기에 창업가는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일이 필요해진다. 그리고 나는 필요할 때 더 잘 해낸다. 그러니 창업가로 일을 하면 일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치열하게 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가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나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욕망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생각만으로는 의미 있는 일을 하면 돈은 적게 벌어도 될 것 같았지만, 실제로 그런 생활을 3개월 해보면 때려치우고 싶을 수도 있다. 창업을 하면 내가 내린 답을 바탕으로 빠르게 여러 시도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 욕망을 가설검증하며 나에 대해 더 뾰족하게 이해하게 되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창업하지 않아도 여러 질문들을 마주하고 답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그간 여러 창업가를 옆에서 지켜봤을 때, 창업가는 질문을 받고 답을 내리며 내 답이 맞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훨씬 자주, 빠르게 겪는다고 느꼈다. 그렇기에 삶의 여러 방식 중에서 창업을 선택하면 나에 대한 이해도를 더 빠르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나에 대한 이해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첨언해 보자면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삶이 더 즐겁고 편안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제일 재밌기에 나에 대해 알아가는 일 자체가 즐겁고, 나를 잘 이해할수록 삶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해왔다. 그렇기에 창업을 통해 나에 대한 이해도를 빠르게 높여가며 더 즐겁고 편안한 삶을 살고자 한다.


창업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내 것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내 것을 만들고 있다고 느끼면서 일할 때 훨씬 더 즐겁다. 내 것이라고 느낄수록 팀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힘든 시기를 고통으로만 여기며 회피하지 않고, 내 역량이나 태도를 개선하기 위한 기회와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어려움을 이겨내어 성취를 이루면 내 것이라고 느끼는 오너십이 더 강화된다.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일하는 게 점점 더 즐거워지기에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는 내 것이라고 느끼며 일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여러 규모의 회사에 다니면서 나란 사람이 이 회사 혹은 제품이 내 것이라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는 팀 내에서 영향력이 크고, 회사와 내가 경제적인 부분과 성장적인 부분 등이 여러모로 많이 연동되어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기에 나는 초기 단계의 팀에 합류하거나 창업을 해야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강해졌을 때, 때마침 좋은 팀과 기회가 찾아왔기에 창업을 선택했다.


창업을 선택한 세 번째 이유는 창업가라는 역할로 일할 때 내 강점을 마음껏 발휘하기 좋기 때문이다.

나는 특정 하드 스킬을 깊이 파기보다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역량을 쌓아왔다. 그간 프론트엔드/백엔드/인프라 엔지니어링,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프로젝트 매니징, 팀 리딩, UI/UX 디자인 등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 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구조화하고, 필요한 시간과 사람을 얻어내고, 일을 진행하여 끝마치는 경험을 많이 했다. 이 경험은 나에게 너무나 즐거웠다.

그리고 이 경험은 창업가의 일 그 자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팀원으로 일할 때는 이런 다양한 역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어렵다. 어떨 때는 다양한 직무의 일을 혼자서 하려는 시도가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해가 될 때도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창업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일인 사람이기에 그간의 다양한 경험을 살려서 강점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창업을 한 지금, 여태까지의 경험을 마구마구 이용해 먹고 있다. (사실 더 다양한 일을 하게 됐다. 살려주세요.)


이런 이유들로 창업을 선택했다. 이것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뭉뚱그리면 순간적으로 즐겁지 않은 시기가 왔을 때 흔들릴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어떤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는지 구체적으로 풀어보았다. 날이 지나면서 이 이유들이 조금씩 바뀌거나 더해지거나 빠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나는 이렇다.

내가 창업한 이유가 운과 타이밍이 필요한 어마어마한 부나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내가 올바르게만 한다면 언제나 얻을 수 있는 것들이기에 흔들리는 시기에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를 이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이것들을 잘 달성하고 있다면 사업의 부침과 무관하게 창업이라는 선택지는 여전히 나에게 최고의 선택지임을 확신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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