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Diary

Records of Thoughts, Feelings and Lessons that are Too Short to be an Article.

2021년 4월 20일

하나

좋은 관계란 그와 함께할 때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드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내 모습은 관계의 거울이다. 그렇기에 내가 누군가와의 관계를 고민할 때 상대에게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보다 그와 같이 있을 때의 내가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게 더 현명한 결론을 내게 도와주는 것 같다.

그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아끼더라도 그와 함께 하는 내 모습은 무척이나 별로일 때가 있다. 반대로 극적으로 격렬한 감정들의 연속이 아니더라도 그와 함께 하는 내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아 보일 때가 있다. 물론 대체로 그에게 가지는 감정의 크기와 내 모습이 마음에 드는 정도가 비례할 때가 많다. 보통은 감정이 큰 만큼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욕이 커지니까.

나는 함께 했을 때의 내 모습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과 함께하는 선택을 하고 싶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관계가 나를 더 많이 웃게 만들었고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끌어주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내 모습을 만들어주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바닥을 찍었던 마음이 지난달 말부터 상승 나선을 타고 올라왔다. 요즘은 여러모로 충만하고 의욕적인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상태가 호전된 만큼 프리스틱서방정 용량도 줄일 수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꾸밈에도 오늘 약속이 있냐는 질문과 함께 안색이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될 정도로 좋아졌다.

두 달 넘게 깨진 상태로 방치됐던 생활 패턴도 되찾고, 뚝 끊겨버린 루틴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아침 시간에 수영 강습을 나가고 마음이 내킬 때 근력 운동도 틈틈이 한다. 그간 욕심을 냈지만 방전된 에너지 때문에 아무런 진전 없던 프로젝트들도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눈에 띄게 좋아진 최근의 나를 알아차리며 무엇이 나를 상승 나선으로 이끌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알맞은 항우울제를 잘 찾아서 적절히 먹은 덕도 있지만 힘든 기간 동안 하루빨리 괜찮아져야 한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주변 상황 덕이 컸다. 이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어제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느꼈다. 좋은 날들만 계속될 수는 없겠지만 지금 맞이하고 있는 좋음들을 충분히 누리며 피어나는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싶다.

2021년 3월 30일

하나

그간 나를 짓눌렀던 무기력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편안하면서도 의욕적인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침대에서 벗어나기 싫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기대로 빨리 침대에서 벗어나 할 일을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10일 전부터 복용하기 시작한 웰부트린과 노르에피네프린에 관여하는 프리스틱서방정 덕이기도 하고 과분할 정도로 따뜻하고 애정어린 마음과 챙김을 받고 있는 덕이기도 하다. 이번 변화를 계기로 상승나선을 타는 마음 근육이 붙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감이 좋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들이 생기는 것도 큰 복이다. 요즘 주변에서 결혼이나 출산과 같은 소식을 종종 듣게 된다. 편안하면서도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새 소식을 전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나에게 큰 즐거움이 된다. 인생의 새로운 장을 펼치는 과정을 있는 힘껏 박수치며 축하해주는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할 따름이다.

예전에 만났던 전 남자친구가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위로해주는 사람도 좋지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친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벌어진 좋은 일에 진심으로 기쁜 마음이 드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쉽지 않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참으로 기쁘다.

2021년 3월 10일

아빌리파이정을 끊고 폭세틴만 먹기 시작하면서 무기력함이 나를 짓눌렀다. 기분은 괜찮은데 의욕이 전혀 없는 요상한 상태였다. 일을 시작하고 끝내기가 너무나 어려웠고 뭘해도 재미가 없어서 지속할 수가 없었다. 2주가량 몇 년을 꾸준히 해왔던 운동도 일절 하지 않았다. 결국 회사 업무에까지 지장을 줄 정도로 무기력함이 심해져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약의 반응으로 봤을 때 나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둘 다에 이슈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웰부트린을 처방받았다. 그랬더니 하루 만에 의욕이 꽤나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멘탈이 흔들릴만한 일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의연하게 보낼 수도 있었다. 사라졌던 의욕도 조금은 살아나서 이렇게 일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내일은 왠지 할 일을 몇 개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021년 2월 21일

한 달째 불면증와 정좌불능증을 겪다가 그저께부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도파민 재흡수를 억제하는 웰부트린으로 집중력과 식이장애를 해결하였지만 감정의 추락을 막지는 못해서 한 달 전부터 웰부트린을 중단하고 세로토닌 재흡수를 억제하는 폭세틴과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인 줄 알았는데...) 도파민에 대한 부분 효현제였던 아빌리파이정을 먹기 시작했는데 곧장 각종 부작용이 뒤따랐다.

불면증이 심해져서 하루에 5시간을 넘게 자기가 어려웠다. 웰부트린을 먹을 때도 불면증이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가 심해졌다. 특이하게 잠드는 것은 수월한데 잠들고 난 이후가 문제였다. 자꾸만 이른 새벽에 깨고 꿈을 꾸느라 푹 자지 못했다.

거기에 정좌불능증이 와버려서 잠시라도 가만히 앉아서 할 일을 해내기가 어려웠다. 툭하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서성거렸다. 어느 정도였다면 지금 이 일기를 지난주에 쓰기 시작했는데 겨우 이 두세 단락을 못 써서 오늘에서야 마저 완성하고 있다. 또 과식과 폭식을 통제하기 어려워서 한 달 만에 3kg가 찌기도 했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트리티코정을 먹었다가 먹자마자 다음날 오전에 미팅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졸아버리는 불상사가 생겨서 자체적으로 투약을 중단했다. 그 김에 3일 정도 아빌리파이정 복약을 중단했더니 정좌불능증이 잠잠해져서 지금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일기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웰부트린 투약을 중단하면서 거짓말 같이 사라졌던 의욕도 조금씩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웰부트린을 끊으면서 무언가를 하고 싶기 보다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는데 새로 먹기 시작한 아빌리파이정을 끊자마자 서서히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생각과 의욕이 생겨났다.

나에게 이상 현상이 생긴 것이 머리로는 약의 부작용 때문임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내가 고장나서 평생 이러는건 아니겠지 싶은 불안감이 있었는데 약을 끊으니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인다. 다행이다.

🎵 Ylang Ylang EP - FKJ

2021년 1월 24일

연예인 영상 보면서 멋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잘 없는데 이 영상에서 헨리 노래에 치인다 ㅠㅠㅠㅠㅠㅠ 0:50랑 1:23 최애 ㅠㅠ 이 영상 덕에 이 노래 백번은 넘게 들었는데 여전히 들을 때마다 설레네 ㅠㅠ

🎵 Stuck with U - 헨리 x 볼빨간사춘기 안지영

2021년 1월 24일

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힘겨움과 슬픔, 약함에 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특히 성공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어두운 면과 약한 면을 세상에 드러내기를 바란다. 못나 보이지 않으려 점잖게 감추고 있는 구석을 드러내면 좋겠다. 모두가 저마다의 힘듦을 가지고 있을 텐데 세상에는 서로의 잘난 부분들만 범람한다.

성공하기 위한 비법을 공유하고 배우듯 삶의 힘겨움에 대응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배울 수 있다면 모두가 조금은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각자가 알아서 힘겨운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빛나는 삶의 모습만 보다 보면 우리는 삶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수밖에 없게 된다. 다른 사람 인생의 어두운 귀퉁이를 볼 수 없기에 눈에 쉬이 보이는 빛남을 보편적이라고 인식한다. 그렇게 높아진 삶에 대한 기대치는 나 또한 저만큼 해야 한다는 버거움과 그러지 못하는 자신을 향한 자책으로 돌아온다.

지금보다 더 쉽게 서로의 힘겨움을 내보이며 유대감을 느끼는 세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계속해서 나의 힘겨운 면, 특히 우울증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누군가 힘들 때 나 혼자 이런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아주 작은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힘겨운 순간을 보낸다.

🎵 Fix you - Coldplay

2021년 1월 20일

하나

내가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와 함께 일할 때만큼 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나 어떤 논리로 사고하는지를 들여다볼 기회가 많지 않다. 단순히 대화 나누는 것을 넘어 실제로 결과를 내야 하므로 그 사람의 태도나 생각이 어떤 행동으로 발현되는지도 지켜볼 수 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여러 경험이나 지혜를 간접적으로 느끼면서 나의 관점이 넓어진다.

이전에는 무조건 반대했던 주제에 대해 설득당해보기도 하고, 과거에는 100% 정답이라고 확신했던 생각에 의문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계속해서 과거의 내가 깨지면서 변화하는 게 나에겐 아주 큰 재미 중 하나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점점 더 탁월한 사람들과 같은 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진짜 복 받은 사람이야 ㅠㅠ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어.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고마운 마음을 받을 수 있을까 😭

🎵 You've got a friend in me - Randy newman

2021년 1월 17일

나는 일을 할 때 성과에서 느끼는 기여감과 동료의 인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다. 여러 가지 인정이 있겠지만 동료들에게 받는 인정이 가장 뿌듯하고 감사하다. 그러므로 나는 일할 때 경쟁하는 환경보다 서로를 인정해주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문화를 가진 팀에서 일하는 편이 행복하다.

단점을 발견하는 것은 본능이고 장점을 발견하는 것은 노력이라고 했다. 서로를 인정해주려면 상대방에게 호기심과 애정을 가지고 시간을 들여 관찰해야만 가능하다. 발견한 것을 말로 꺼내어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일은 쑥스러움과 멋쩍음을 이겨낼 용기까지 필요하다.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이기에 나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만큼의 반이라도 다른 사람이 알아봐 주고 표현해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팀은 내가 100을 하면 8-90 이상 알아주는 게 일상이다. 때로는 110-120만큼 칭찬해주기도 해서 과분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놀라울 정도로 사소한 잘한 부분, 잘난 부분까지 콕 집어 칭찬해주는 고마운 사람들 🥰

2021년 1월 13일

오늘의 무드 🎵 사람의 마음 - 장기하와 얼굴들

2021년 1월 9일

사실 지난주 일요일에는 무척 힘들었다. 아침부터 낌새가 영 좋지 않아서 세로토닌 약까지 챙겨 먹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하루가 지나가기를 꾸역꾸역 버텨봤지만 결국 저녁쯤 감정이 주체가 안돼서 침대에서 멍하니 한 시간을 내리 울었던 것 같다. 그 순간이 너무 괴로워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지만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어떤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음에도 앉은 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이런 날이 찾아온다. 그때마다 누군가가 나를 이 상황에서 꺼내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다가도 그 누구도 나의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양가적인 마음이 동시에 떠오른다.

2021년 1월 5일

내가 좋아하는 창업가들은 한결같이 입체적이다. 다른 사람들이 현실에 묻어버리는 이상적인 꿈을 가슴속에 품고 있으면서도 마주하는 상황들 앞에서 누구보다 리얼리스트이기도 하다. 무서우리만큼 집요하다가도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설득당하기도 한다. 7살처럼 해맑은 모습과 60살처럼 완숙한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입체적인 면모 때문에 조직문화와 같은 어떤 결정 앞에서는 고통스러워하기도 하지만 태생이 욕심쟁이들이라 뭐하나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줄타기를 해가며 밸런스를 맞춰나간다. 옆에서 보고 있자면 사서 고생한다 싶다가도 그런 그의 욕심을 함께 채워나가며 같이 꿈꾸고 싶은 마음이 차오른다. 아마도 이 마음이 내가 스타트업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2020년 12월 07일

말보다는 행동을 믿자. 말과 행동이 달라서 헷갈릴 때는 행동이 진실에 가까울 때가 많다. 이는 내 스스로도 마찬가지다. 자기합리화처럼 말은 내 자신도 속일 수 있다. 하지만 행동은 정직하다.

2020년 10월 23일

'나에게 필요한 욕구'를 되뇌는 만트라 명상을 하면서 '도전과 성취'라는 단어를 골랐다. 나는 도전과 성취가 있을 때 즐거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도전과 성취를 되뇌며 눈을 감으니 곧장 '욕심'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욕심이 정말 많은 사람인데 최근에 마음의 안정을 찾는답시고 욕심을 억누르며 지냈다. 욕심이 조급함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조급해하지 않으며 욕심낼 수 있음을 안다. 다시 충분한 만큼의 욕심의 시동을 걸어보자고 다짐해본다.

2020년 10월 10일

내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했다면 그것은 온전히 내 주위에 있는 좋은 사람들 덕이다. 다른 사람의 잠재력이나 장점을 발견해주고 믿어주는 사람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끔 만들어주는 사람들. 나는 언제나 이러한 좋은 사람들 옆에서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

© 2020 Wo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