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과 좌불안증

2021년 02월 21일

antidepressant
music
depression

한 달째 불면증와 정좌불능증을 겪다가 그저께부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도파민 재흡수를 억제하는 웰부트린으로 집중력과 식이장애를 해결하였지만 감정의 추락을 막지는 못해서 한 달 전부터 웰부트린을 중단하고 세로토닌 재흡수를 억제하는 폭세틴과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인 줄 알았는데...) 도파민에 대한 부분 효현제였던 아빌리파이정을 먹기 시작했는데 곧장 각종 부작용이 뒤따랐다.

불면증이 심해져서 하루에 5시간을 넘게 자기가 어려웠다. 웰부트린을 먹을 때도 불면증이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가 심해졌다. 특이하게 잠드는 것은 수월한데 잠들고 난 이후가 문제였다. 자꾸만 이른 새벽에 깨고 꿈을 꾸느라 푹 자지 못했다.

거기에 정좌불능증이 와버려서 잠시라도 가만히 앉아서 할 일을 해내기가 어려웠다. 툭하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서성거렸다. 어느 정도였다면 지금 이 일기를 지난주에 쓰기 시작했는데 겨우 이 두세 단락을 못 써서 오늘에서야 마저 완성하고 있다. 또 과식과 폭식을 통제하기 어려워서 한 달 만에 3kg가 찌기도 했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트리티코정을 먹었다가 먹자마자 다음날 오전에 미팅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졸아버리는 불상사가 생겨서 자체적으로 투약을 중단했다. 그 김에 3일 정도 아빌리파이정 복약을 중단했더니 정좌불능증이 잠잠해져서 지금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일기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웰부트린 투약을 중단하면서 거짓말 같이 사라졌던 의욕도 조금씩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웰부트린을 끊으면서 무언가를 하고 싶기 보다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는데 새로 먹기 시작한 아빌리파이정을 끊자마자 서서히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생각과 의욕이 생겨났다.

나에게 이상 현상이 생긴 것이 머리로는 약의 부작용 때문임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내가 고장나서 평생 이러는건 아니겠지 싶은 불안감이 있었는데 약을 끊으니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인다. 다행이다.

🎵 Ylang Ylang EP - F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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