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한 요즘

2021년 04월 20일

antidepressant
thanks
depression

문득 어제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느꼈다. 바닥을 찍었던 마음이 지난달 말부터 상승 나선을 타고 올라와서 요즘은 주로 충만하고 의욕적인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상태가 호전된 만큼 프리스틱서방정 용량도 줄였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꾸밈에도 오늘 약속이 있냐는 질문과 함께 안색이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될 정도로 좋아졌다.

두 달 넘게 깨진 상태로 방치됐던 생활 패턴도 되찾고, 뚝 끊겨버린 루틴도 꾸준히 유지하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수영 강습을 나가고 마음이 내킬 때는 근력 운동도 한다. 그간 욕심을 냈지만 방전된 에너지 때문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프로젝트들도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눈에 띄게 좋아진 최근의 나를 알아차리며 무엇이 나를 상승 나선으로 이끌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알맞은 항우울제를 잘 찾은 덕도 있지만 힘든 기간 동안 하루빨리 괜찮아져야 한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던 주변 상황 덕이 컸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날들만 계속될 수는 없겠지만 지금 맞이하고 있는 좋음들을 충분히 누리며 피어나는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싶다.

© 2020 Wo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