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웨이트

2021년 11월 18일

routine
exercise

이번 달부터 웨이트를 다시 시작했다. 무려 5개월 만에 하는 웨이트다. 2017년에 웨이트를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오랜 기간을 쉬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웨이트를 쉬는 동안 수영이나 탁구, 클라이밍 등 여러 운동을 시도하긴 했으나 웨이트만큼의 운동량이 나오지는 못했다.

의지를 돈으로 사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하게 PT를 받아왔지만, 이번에는 혼자 해보고 있다. 돈을 내지 않아도 운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약속된 시간 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운동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년씩이나 PT를 받았지만 혼자서 운동을 하려니 새로웠다. PT를 받을 때는 힘들긴 했지만 위험할 일이 적기 때문에 타성에 젖은 운동을 하는 날이 많았는데 혼자 하는 운동은 그럴 수 없었다. 바른 자세로 운동을 하고 있는지 온 신경을 쏟아부어야 겨우 알까 말까 했고, 매일매일 어떤 운동을 할지 몸 상태를 살피고 고민해서 결정해야 했다.

그간 편히 해왔던 운동도 어떤 근육이 어떻게 쓰이는 것인지 다시 공부하고 연습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PT에 쓴 몇백 만 원 이상의 돈이 조금은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돈을 내고서라도 몇 년 동안 꾸준히 운동한 덕에 강한 코어나 바른 자세, 마음에 드는 몸의 라인이 생겼으니 너무 아쉽게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PT할 때처럼 약속된 시간이라는 것이 없다 보니 언제 운동을 하러 갈 것인가도 결정해야 했다. 보통은 아침이면 아침 8시, 저녁이면 저녁 9시와 같이 고정된 시간을 정했지만 이번에는 정해진 시간 없이 무조건 퇴근길에 가기로 했다. 집에 있다가 운동하러 나오는 건 돈을 준다고 해도 고민될 정도로 귀찮고 힘든 일이니 차라리 나와 있을 때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효과가 있었다. 운동 가는 일이 이전보다 덜 귀찮게 느껴졌다. 그리고 또 마음이 편했다. 예전에는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면서 속으로만 하루종일 운동 가야 하는데.. 운동 가야 하는데.. 하면서 진을 다 뺐다. 그러나 이제는 퇴근길에 헬스장을 지나쳐서 집에 도착하면 그날은 깔끔하게 운동할 마음을 접었다. 더는 미련쟁이가 아닐 수 있었다.

운동을 끝내는 시간도 그날의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결정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PT에서 배운 루틴을 다 채워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의무감들을 모두 내려놓았다. 왠지 일찍 집에 가고 싶은 날에는 빡세게 20분만 후루룩 운동하고 끝내기도 하고, 새로운 기구들을 써보고 싶은 날에는 1시간 30분이 넘게 헬스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도 했다.

모든 게 내 마음대로인 운동은 PT할 때에 비해 시간 대비 효율이 안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괜찮을 것 같다. 언제나 효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나지만 왠지 이번 비효율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돈을 냈으니 해야했던 운동이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재밌고 신나는 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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