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2021년 11월 27일

mind
relation
jooney

누군가에게 나를 이해시키는 일은 어렵다. 나도 나를 100% 다 이해하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은 오죽할까. 그렇지만 나는 너무나도 간절하게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다.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를 꼭꼭 씹어 이해해 주길 바란다.

여러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이 나의 일부를 이해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 가슴이 뭉클해지며 안도감을 느낀다. 뭉클함과 안도감 사이에서 따뜻한 눈물이 찔끔 나올 때도 있다. 눈물이 가실 때쯤에는 나 또한 그 사람을 더 많이 이해해 보고 싶어진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전한 애정을 느끼는 순간이다.

반대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을 때 마음이 한없이 아리며 외로워진다. 머리로는 타인이 나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되뇌지만 이미 서글퍼진 마음은 계속해서 가라앉으며 외로움의 골에서 쉽게 나오지 못한다.

이런 순간에는 차라리 혼자인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혼자일 때 외로운 건 왠지 온당한 것 같은데, 함께 있는데 외로운 건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에 혼자라서 외로울 때 이상으로 괴롭다. 하지만 막상 혼자가 되면 이렇게 늘 외로운 것보다는 차라리 함께 있으면서 가끔씩 사무치게 외로운 날이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아야만 행복할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나를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충만하기를 바란다. 어쩌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껏 감동하고 반가워하고 싶고, 오랜 기간 만나지 못하면 아쉬울 수는 있겠지만 무너지지는 않고 싶다.

최근에는 남자친구랑 대화를 하다가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지금의 내가 가지는 생각과 고민을 피곤하다고 느끼며 해결책을 쉽게 얘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답답한 마음과 나에게는 이게 왜 중요한지를 제대로 이해시키고 싶은 마음에 냉정한 투로 그 조언은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꾸하며 내 입장을 늘어놓았다. 그런 내 말에 남자친구도 기분이 상해버렸다.

그러고 나서 잠시 서로 왜 기분이 상했는지를 얘기했지만 결국은 찜찜하고 어색하게 대화가 끝났고 각자 집으로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잠들려고 노력했지만 잠들지 못했다.

나랑 비슷한 경험과 상처를 가진 사람한테만 나를 이해받을 수 있는 건가. 그렇다기에는 지금 내 남자친구는 여태껏 나를 너무나 자주, 크게 뭉클하게 만들어왔는 걸. 그런 사람인데 방금은 왜 이해하지 못 했던 걸까. 내가 평소보다 잘 전달하지 못했던 게 있나. 이런저런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머리로는 지금 내가 과대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반드시 남에게 이해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마음은 머리는 이해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마음이 계속해서 찌잉찌잉 울려댔다. 그날은 쏟아지는 생각과 가슴의 묵직함 때문에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완전히 방전하고서야 잠들 수 있었다.

이해받고 싶은 마음과 이해를 요구하며 피곤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시소를 탔다. 이해받고 싶은 마음과 이해받는 것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달리기를 했다. 이번에는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더 무겁고 빨랐다. 다음에는 이해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더 무겁고 빨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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