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 모드 끝?
2022년 05월 12일
2년 동안 강남언니를 다니면서 일정 부분 절전 모드로 지냈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다. 내가 챙겨야 할 의무가 없는 일에는 쉽게 고개를 돌리며 이전 회사들에서만큼 일에 몰입하고 열정을 쏟지 않았던 것 같다.
나름 노력해볼 때도 있었지만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나의 노력이 월권이 될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으로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정작 결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한편으로는 정말 솔직하게 내가 리더십 팀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내던 와중에 시간이 갈수록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기보다는 묵혀지는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되었다. 특히 동료들과 수다를 떨 때 이를 많이 느낀다. 여태까지는 동료들끼리 불만을 얘기하더라도 해결하는 방향 혹은 해결될 거라는 방향으로 대화가 마무리되며 회사에 대한 뽕을 맞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자리로 끝나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졌고, 얘기 끝에 '아 모르겠고 이 일은 ㅇㅇ가 잘해주겠지. 나는 내 일이나 잘해야겠다'로 정리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큰 현타를 느낀다.
이런 상황이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그럼 나는 이 상황을 바꾸든지 아니면 이 상황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요즘에 에너지도 많이 회복했으니 일에 더 몰입하고 열정을 쏟으며 이 상황을 바꾸는 데 기여해보고자 한다. 지금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함께 더 임팩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뭐라도 해보며 내가 느끼는 답답함과 분노(?)를 의미 있는 방식으로 방출하려고 한다.
당장 지난주에는 모두의 시간을 쓰고 있는 전사 미팅에 대한 강한 피드백을 대표인 에이든과 HR 팀 리드인 브라운 등에게 전달했다. 그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아깝다고 불만을 호소해왔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었던 방 안의 코끼리였기 때문에 더 강한 온도로 이슈 레이징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행히 피드백을 잘 받아주셔서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지를 대략적으로 이야기했고 HR 팀이 구체화하여 반영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지켜보기만 했던 방 안의 코끼리가 여럿 있다. 얘네들도 하나씩 적절한 타이밍에 꺼내며 해결하는 과정에 기여해보고자 한다.
#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