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ny Log,

배부른 고민하는 요즘

2025년 10월 28일

short diary
  1. 요즘 나는 때아닌 사춘기를 겪고 있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부터 시작하여, 어떤 반려자와 함께하고 싶은지, 무슨 일을 하며 지낼지, 어디서 살지 등 삶의 굵직한 영역들에 대해 모든 옵션을 열어두고 고민하는 중이다.
  2. 20대에는 돈부터 시작해서 애정이나 자존감 등 여러 방면에서 결핍이 많았기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버티고 채워야 하는지에 급급했다. 경제적 안정을 위해 일을 더 많이 잘 해야 했고, 당장의 심리적 허기를 채우기 위해 연애에 기댔으며, 장기적인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각종 자기돌봄에 힘써야 했다. 해야만 하는 일들로도 바빴기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명확했다.
  3. 30대가 되고 여러 결핍이 하나둘씩 해소됐다. 먹고살기 위해 회사에 다닐 필요가 없게 됐고,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연애에 매달릴 필요도 없어졌다. 유능함을 증명하려는 집착도 사라졌다. 이제는 진짜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그런데 오히려 고민이 깊어졌다. 나 어떻게 살고 싶지?
  4. 20대의 내 행성에는 구멍이 가득했어서 이 구멍들을 메꾸는데에 온 정신을 쏟았다. 30대가 되고 대부분의 구멍이 메꿔지고 나니 텅 빈 행성이 남았다. 이제는 이 빈 행성을 어떤 것들로 채울지를 고민하는 시점이 됐다. 그동안은 한 번도 해본적 없는 고민이었다.
  5.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해서 사업자를 낸 이유도 대단한 부나 명예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탐색하기 위함이었다.
  6. 일 년 반이 지났고 여전히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애매한 욕망과 게으름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 않은 채 눈앞에 주어지는 기회 정도만을 쫓아 어영부영 보내느라 밀도있는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7. 사실 이런 고민 자체가 20대 때에는 꿈도 못 꿔본 배부른 고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30대의 배부른 고민은 20대에 결핍과 불안을 동력삼아 달리던 속도와 열정을 만들어내기 어려웠다. 결핍과 불안의 동력을 잃어버린 나는 무엇을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지 천천히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다.
  8. 그나마 요즘은 지난 일 년 반에 비해 흥미나 재미와 같은 감정으로 다시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충전됐다. 무엇을 할지나 어디서 지낼지 등 그 무엇 하나 정해진 건 없지만, 적극적으로 방황하며 내가 원하는 바를 하나씩 찾아내며 지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잘 남겨볼 예정! 😗 이 글은 그 과정의 시작점으로 삼으려고 한다!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