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고민하는 요즘
2025년 10월 28일
short diary
- 요즘 나는 때아닌 사춘기를 겪고 있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부터 시작하여, 어떤 반려자와 함께하고 싶은지, 무슨 일을 하며 지낼지, 어디서 살지 등 삶의 굵직한 영역들에 대해 모든 옵션을 열어두고 고민하는 중이다.
- 20대에는 돈부터 시작해서 애정이나 자존감 등 여러 방면에서 결핍이 많았기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버티고 채워야 하는지에 급급했다. 경제적 안정을 위해 일을 더 많이 잘 해야 했고, 당장의 심리적 허기를 채우기 위해 연애에 기댔으며, 장기적인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각종 자기돌봄에 힘써야 했다. 해야만 하는 일들로도 바빴기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명확했다.
- 30대가 되고 여러 결핍이 하나둘씩 해소됐다. 먹고살기 위해 회사에 다닐 필요가 없게 됐고,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연애에 매달릴 필요도 없어졌다. 유능함을 증명하려는 집착도 사라졌다. 이제는 진짜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그런데 오히려 고민이 깊어졌다. 나 어떻게 살고 싶지?
- 20대의 내 행성에는 구멍이 가득했어서 이 구멍들을 메꾸는데에 온 정신을 쏟았다. 30대가 되고 대부분의 구멍이 메꿔지고 나니 텅 빈 행성이 남았다. 이제는 이 빈 행성을 어떤 것들로 채울지를 고민하는 시점이 됐다. 그동안은 한 번도 해본적 없는 고민이었다.
-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해서 사업자를 낸 이유도 대단한 부나 명예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탐색하기 위함이었다.
- 일 년 반이 지났고 여전히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애매한 욕망과 게으름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지 않은 채 눈앞에 주어지는 기회 정도만을 쫓아 어영부영 보내느라 밀도있는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 사실 이런 고민 자체가 20대 때에는 꿈도 못 꿔본 배부른 고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30대의 배부른 고민은 20대에 결핍과 불안을 동력삼아 달리던 속도와 열정을 만들어내기 어려웠다. 결핍과 불안의 동력을 잃어버린 나는 무엇을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지 천천히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다.
- 그나마 요즘은 지난 일 년 반에 비해 흥미나 재미와 같은 감정으로 다시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충전됐다. 무엇을 할지나 어디서 지낼지 등 그 무엇 하나 정해진 건 없지만, 적극적으로 방황하며 내가 원하는 바를 하나씩 찾아내며 지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잘 남겨볼 예정! 😗 이 글은 그 과정의 시작점으로 삼으려고 한다!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