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하여 (feat. 욕구)
모든 일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정의하는 행복이란 현재의 내가 즐겁고 앞으로도 즐거울 것이라 기대되는 상태이다. 술이나 마약같이 지금 당장 나를 즐겁게 만드는 것만 좇는 삶을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렵고, 미래에 거머쥘 성공이나 부만을 좇느라 지금의 즐거움을 모두 포기하는 삶을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나는 현재와 미래 모두 즐거울 때에서야 비로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즐겁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즐겁다'는 정의는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이다. 흐뭇하다는 것은 '마음에 흡족하여 매우 만족스럽다'라는 뜻이고, 기쁘다는 것은 '욕구가 충족되어 마음이 흐뭇하고 흡족하다'라는 뜻이다.
마음대로 이 정의들을 조합하여 정리해보자면 즐겁다는 것은 불안이나 걱정 같은 마음의 거슬림이 없고 가지고 있는 욕구가 충족되어 만족스러운 상태이다. 그러므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그때그때의 여러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가진 욕구가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행복의 정의에서 '가장', '최고로'와 같은 최상급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반드시 최고로 즐겁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내 욕구를 충족시킬 정도면 충분하다. 오히려 최고를 바라는 순간 현재의 내가 불만족스러워지면서 즐겁지 않게 된다. 더 나아질 수 있는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을 포기하지 않기 위함이다. 내 욕구를 충족시킬 정도면 충분하다.
욕구를 살펴볼 때 유의할 점은 상충하는 여러 욕구가 동시에 있을 수 있으며 각 욕구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를 헤아려서 각 욕구의 적절한 비율을 선택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다이어트를 계획할 때 건강함 몸에 대한 욕구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무시한 채 건강한 몸만을 위한 다이어트 계획을 짠다면 행복하지도 않을뿐더러 지속 가능하지도 않아서 결과적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지도 못하거나 만들더라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매일 좋아하는 음식을 참고 주 7일 운동하지만 대회에서 우승할 몸을 가진 삶부터 적당히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운동하지만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는 몸을 가진 삶까지의 스펙트럼을 살펴봐야 한다.
다이어트에 자꾸 실패한다면 어느 정도로 건강한 몸을 원하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매일의 힘듦을 기꺼이 의미 있는 과정으로 여길 수 있을 정도로 대회의 나갈 정도의 몸을 원하는가? 대회는 택도 없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타이트한 옷을 입을 때 드러나는 허리라인이 꽤 괜찮다고 생각되는 정도의 몸을 원하는가?
계획을 짤 때는 미처 몰랐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 한 잔에 대한 욕구가 컸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술 한 잔까지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대회에 나갈만한 몸을 원하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사실 알고 보면 건강한 몸이 아니라 자랑할만한 것을 성취하고 싶은 욕구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굳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음식과 친구들과의 술 한 잔을 포기하지 않고 성취욕을 채워줄 다른 수단을 찾아보는 게 낫다. 스스로 인정할만한 성취를 이룬다면 건강한 몸에 대해서는 비만이 아니기만 해도 충분할 수도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 욕구가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 욕구를 지속 가능하게 충족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내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해보며 탐구해봐야 한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나가며 내 욕구가 무엇인지를 점점 더 뾰족하게 알아가고 나에게 맞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익혀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