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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적 결함은 한때 나를 지키기 위한 무기이자 방패였다

Wonny (워니)
Wonny (워니)·2020년 03월 14일 06:00

현재 내 행복에 도움 되지 않는 몇 가지 내 성격은 한때 나를 지키기 위해 만든 무기이자 방패였다.

가령 내가 가진 조급한 성격은 끝도 없이 '더 해야 한다'는 강박을 만들고, 장기적인 관점을 놓치게 하여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에 방해가 된다. 그러나 이 성격이 형성된 20대 초반으로 돌아가더라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때는 학업을 병행하며 자취에 필요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느라 경제적으로 감정적으로 힘겨웠다. 최소한의 경제력을 획득하여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이 절실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경제력을 갖추기 위한 경험을 찾아다니고 버텼다.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성공했으나 조급하다는 성격이 남았다.

또, 다른 사람에게 내 마음을 쉬이 열지 못하는 성격은 종종 나를 외롭게 만든다. 하지만 나를 끊임없이 배신하고 상처 주는 관계가 많았던 환경에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고 내주기까지 했더라면 그 당시의 상황을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사회생활 초반을 외롭지만 악착같이 버텼다. 그 덕분에 빠르게 도움 되는 경력을 갖췄고 힘겨웠던 환경에서 살아남았으나 마음을 열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성격이 남았다.

돌이켜보았을 때 그 당시 나를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형성한 성격이 내 삶 전체 행복도의 평균을 낮추게 되는 선택임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때의 나에게는 그리 많은 선택지가 있지 않았다. 있었더라도 그런 삶을 본 적도 배운 적도 없기에 알지 못했다.

장기적인 행복을 위해 필요한 성격을 적절하게 형성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며, 내 경험에서는 그런 삶이 있는지조차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한 편으로는 전체 행복도의 평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며 살았다면 지금의 내가 존재하지 않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러한 몇 가지 성격이 악착같이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내 성격이 행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에만 집중하여 나는 왜 이런 성격이 되었는지 내 자신과 환경을 탓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내 성격이 한때에는 나를 지켜주었던 무기이자 방패임을 알아차렸고 다정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더 이상 그 무엇도 탓하지 않는다.

내가 운이 좋게 조금 더 나은 상황과 환경에 놓였기 때문에 이런 내 성격이 행복에 도움 되지 않음을 알아차리고 이제는 변화하고자 노력할 수 있었다. 만일 내가 이전과 같은 상황과 환경에 있었더라면 이 성격이 행복에 방해가 된다고 인지하지조차 못했을 것이다. 운 좋게 맞닥뜨리게 된 상황과 환경에 감사한다.

감사한 마음 한 켠에는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 더 많을 거란 생각에 안타까움이 있다. 그들에게 작더라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어떠한 의무감을 느낀다. 예전의 나처럼 자신의 성격에 대해 자책하고 힘겨워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두 손을 꼭 잡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위안과 응원을 전하고 싶다. 더 영향력있게, 더 크게, 더 자주 지속가능하게 그럴 수 있는 방법을 나는 두고두고 고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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