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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를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Wonny (워니)
Wonny (워니)·2020년 04월 08일 08:00

그간 정말 많이 애정하고 열정을 다했던 트레바리를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장을 완성하기까지 대략 3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네요. 트레바리는 제 인생에서 무척 큰 의미가 있는, 함께 일했던 회사 그 이상의 존재였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충분히 고민해보고 잘 매듭짓고 싶었습니다.

트레바리와 함께한 이 년 반이라는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였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며 많은 것을 배웠네요. 그간의 배움 덕에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제가 얻은 것을 설명하려면 그 어떤 말을 덧붙여도 모자를 것 같아요.

트레바리와 함께하기 전의 저는 어쩌면 조금은 더 합리적인 사람이었을 수 있으나 냉소적이고 외로웠던 사람이었습니다. 또래보다 빠르게 여러 경험과 돈을 쌓아갔지만 언제나 허전하고 부족하다 느꼈고, 마음이 크지 못한 채 책임만 커지는 삶을 벅차게 여겼었습니다.

트레바리와 함께하면서 이전에는 세상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감사함과 애정, 신뢰와 낭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힘들 땐 기대보기도 하며 함께 더 잘살아가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삶을 낭만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며, 삶을 길게 바라보는 현명한 관점을 터득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트레바리 크루들이 서로에게 가지는 무한한 애정과 신뢰 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모든 크루들에게 진심으로 애정을 담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시발과 화이팅을 번갈아 외치며 시답지 않은 드립에 깔깔 웃었던 순간들과, 잘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더 잘해야 한다는 비장함을 유지했던 순간들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른 것들은 몰라도 크루들과 함께 했던 이런 순간들과 감정들은 두고두고 회상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트레바리를 뒤로하고 새로운 장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트레바리에 남을 이유도 떠날 이유도 많지만 지금의 저는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기보다 저의 한 시기가 끝나가면서 제가 잘 쓰이며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나 환경이 지금의 트레바리와 교집합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저에게도 트레바리에게도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기에 퇴사를 결정하였습니다.

처음으로 퇴사를 고민했을 때는 그래도 나름 초기 멤버인데 이대로 퇴사하기 너무 억울하고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러나 함께한 시간 동안 전에 없던 열정과 마음을 쏟았고, 휴직 전의 상황을 복기해보며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제가 더 잘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에 일말의 후회가 없음을 확신하며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낍니다.

회사 하나를 퇴사하며 참 요란하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요란스러움이 전혀 과하지 않을 정도로 트레바리는 제 인생에서 정말 큰 존재였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저의 미숙함과 부족함을 묵묵히 믿어주고 기다려준 크루들의 마음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씀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언제나 감사했습니다.

퇴사라는 단어보다 작별 인사가 더 어울릴 것 같은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트레바리 크루로는 마지막이지만 계속해서 트레바리를 애정하는 파트너 혹은 멤버로 남아있겠습니다.

다음 발걸음도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준비하고 결정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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