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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페이퍼(강남언니)에서의 수습 기간을 마치며

나는 지난 3개월 동안 힐링페이퍼 팀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까?

Wonny (워니)
Wonny (워니)·2020년 08월 25일 12:00

힐링페이퍼에서의 수습 기간이 끝났다. 의례적인 기간이 아닌 서로를 까탈스럽게 지켜보면서 계속 함께할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으로 삼으며 진지하게 임했다. 처음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잘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3개월의 시간을 보내며 훌륭한 팀을 만났다는 확신이 생겨났다.

어떤 점에서 훌륭한 팀을 만났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는지 수습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 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느끼고 배운 바를 정리해두고자 한다. 나는 지난 3개월 동안 힐링페이퍼 팀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까?

문제만큼이나 강점에 집중하는 팀

회사는 풀어야 할 문제에만 집중해도 바쁘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여기저기서 닥쳐오는 새로운 문제가 수두룩하다. 그 와중에 우리 팀은 다가오는 문제만큼이나 우리가 이만큼 잘 해낼 수 있었던 강점에도 집중한다. 지금 같은 탁월한 팀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지속해야 하는지를 강조한다.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본능이고 생존이지만 좋은 점을 발견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어마어마한 의지고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점은 익숙해지며 일상이 되지만 불편하고 힘든 점은 언제나 새롭고 짜릿하게(?) 콕콕 와 박힌다.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점을 좋다고 인식하기 힘들다. 우리 팀은 집요하리만치 가지고 있는 강점을 인식하고 지속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태도는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발견된다. 회사에 나타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다가도 이전에 비해 나아진 점이나 잘하고 있는 점에 대한 이야기가 꼭 나온다. 이런 강점들을 회사가 더 성장했을 때도 유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함께 이야기한다.

더 좋은 점은 이런 태도가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개선점 보다 그 사람이 계속 가져가면 좋을 강점에 대해서도 많이, 그리고 자주 강조한다. 내 약점이 약점이 되지 않고 내 강점이 더 강한 강점이 될 수 있도록 해준다. 피드백을 줄 때 언제나 C(Continue) 항목이 있다는 점과 일상에서 칭찬이 자주 들리는 것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방 안의 코끼리를 이야기하는 팀

모두가 알고 있으나 누구도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를 '방 안의 코끼리'라고 표현한다. 조직문화에서 방 안의 코끼리는 대체로 '평가와 보상'일 것이다. 입사하고 가장 놀랬던 순간 중 하나가 타운홀 미팅에서 평가와 보상에 대해 적나라한 논의를 하는 날이었다.

어떤 사람이/어떻게/얼마나 보상 받아야 하는지,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보상이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평가와 보상이 어떤 관계를 이뤄야 하는지 등 조직문화에서 가장 잘 풀어야 하지만 보통은 이야기 꺼내기조차 어려운 주제들이 논의되었다.

심지어 에이든(aka CEO) 혼자서 결정하고 공유하는 자리가 아니라 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면서 만든 결론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궁금한 점이나 납득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질문과 의견이 오가기도 했다. 모두가 100% 만족하는 결론은 없겠지만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진심으로 회사의 결정을 존중할 수 있겠다 싶었다.

평가와 보상이라는 어렵고 예민한 주제를 공개적인 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팀에서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극도의 솔직함이 발휘되는 팀

개인적으로 조직문화의 핵심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솔직함이라고 생각한다. 신뢰만 있어서는 의미가 없고 솔직함만 있어서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우리 팀에는 이 두 가지가 선순환을 그리며 팀 전반에 잘 녹아 있다고 느꼈다.

타이밍 좋게 브라운(aka CPO)이 직접 자신의 리더십 성장을 위해 제안한 CSS 타임(Continue, Stop, Start로 KPT와 비슷하다)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좋은 피드백이 많이 오갔지만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우리 팀이 서로에 대해 아주 강력한 신뢰를 가지고 있음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거기서 모두가 솔직하고 날카로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흔쾌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았다.

가령 이 시간에 오갔던 피드백 중에는 '누군가가 질문을 할 때 너무 당연하다는 듯 대답해서 상대방이 무안해질 때가 있어요' 같은 것이 있었다. 업무에 대한 피드백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이나 태도에 대해서는 감정적인 대립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리더에게는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 우리 팀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러한 피드백이 오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더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피드백을 전할 때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는 않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서로 신뢰하는 것을 신뢰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회사가 먼저 보여주는 신뢰의 힘

입사했을 때 에이든(aka CEO)이 회사가 먼저 신뢰 100%를 주고 시작한다고 이야기했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와닿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3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치며 저 말이 얼마나 곳곳에 녹아나 있고, 회사가 먼저 신뢰를 주었을 때 어떤 힘이 생기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여태까지 나는 구성원이 먼저 자신의 유능함이나 역량을 증명해야지 신뢰나 기회,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우리 팀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회사가 먼저 신뢰를 보여줬다. 대표나 리더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진심을 다해 새로 오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회사를 바꾼다고 믿으며 변화를 위해 필요한 만큼의 여러 기회와 권한을 적극적으로 나눠준다.

나의 경우에는 개발자 온보딩 프로세스나 웹 아키텍처 변경과 같이 새로 온 사람에게 맡겨도 되나 싶을 정도로 굵직한 업무를 충분한 지지와 도움을 받으며 드라이빙 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을 빠르게 시도하고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믿음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고 더 큰 임팩트를 만들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구호가 구호로 남지 않는 팀

힐링페이퍼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문장들은 핵심가치와 인재상이다. '극도의 솔직함', '높은 기준', 'disagree and commit', '틀릴 수도 있다'와 같은 문장을 일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정말정말정말 많이 쓴다. 단순히 어딘가에 적어두는 구호를 넘어 밈(meme)처럼 쓰며 그에 맞는 행동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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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며 슬랙에 검색해봤더니 끝도 없이 나온다..

아쉬움을 오래 남겨두지 않는 팀

위에서 주로 좋은 점에 대해 정리했지만 당연하게도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런데 아쉬운 점들에 대해 이슈 레이징을 하면 금방 해결되거나 직접 소매를 겉어붙이고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판을 마련해줬기에 딱히 기록해둘 만한 아쉬움으로 크지 못했다.

언제나 지금 잘하는 거보다 앞으로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팀이 딱 그렇다. 지금 당장은 못 하는 것도, 아쉬운 점도 있지만 3개월 뒤를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이 부분들이 해결되고 심지어 잘 해내고 있을 모습이 그려진다.


퇴사율이 놀라울 정도로 낮은 것을 알았을 때는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었으나 함께 일해보니 그 이유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단단하고 건강한 문화를 가진 팀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보고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

입사 당시에 했던 걱정이 우습게 느껴질 만큼 여러 동료의 도움을 받으며 잘 적응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입사 직후 여러 가지 일들을 벌이면서 '너무 나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때마다 워니가 입사하고 회사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어서 참 좋다고 말해주는 동료가 있었다. 덕분에 든든한 마음으로 고민보다 행동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3개월이었다.

한 사람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주고 지지해주며 열심히 내보인 결과물에 대해 충분히 인정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감사하다. 지금 느끼는 감사한 만큼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의욕으로 보내는 수습 기간 종료의 날을 소소하게 자축하며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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